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 신작
연일 화제이며, 곧 시즌 2 공개를 앞두고 있는 명작 '더 글로리'입니다. 말이 필요 없는 각본의 대가 김은숙 작가님이 집필을,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해피니스'를 연출한 안길호 PD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파트 1과 파트 2 각각 8부작, 총 16부작으로 제작되었으며 파트 1은 2022년 12월 30일에 공개되었고 2023년 3월 10일 파트 2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내용에 폭력성이 두드러지는 점, 마약 관련 내용이 노출된 점 등에 따라 18세 미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으며, '학교 폭력'이라는 그동안 사회적으로도 논점이 많았던 소재를 다룸에 따라 다시금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관해 언론과 국민들이 조명할 만큼 큰 파급력을 몰고 왔습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과거 학교폭력 관련 미투운동이 벌어졌고, 실제 일어났던 학교폭력 사건이 모티브가 됨에 따라 해당 피해자가 타 방송에 출연하여 추가증언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인기만큼이나 작중 숨겨진 단서에 대한 해석들도 무궁무진하며, 이를 해석하는 유튜브 영상들 또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동은과 연진패거리
가난한 미혼모의 딸이지만 씩씩하고 똑똑했던 고등학생 동은(정지소). 어느 날 동급생 윤소희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후 부잣집 딸 연진(신예은)과 그의 친구들 재준(송병근), 사라(배강희), 명오(서우혁), 혜정(송지우)의 다음 타깃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동은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가난하고 지켜줄 이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도 아무 뒤탈이 없는 상대를 고른 것입니다. 담임선생님 또한 연진의 집이 잘 산다는 이유로 연진이 괴롭힌 아이들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은을 탓합니다. 고데기 온도를 확인해 달라며 동은에게 화상을 입히고, 청소를 대신시키고, 동은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와 술을 마시는 동안 동은에게 춤을 추라며 모욕을 하기도 합니다. 괴롭힘에 지친 동은은 자퇴를 하고, 자퇴서에 자신을 괴롭힌 패거리의 이름을 적어 넣지만 연진의 엄마(윤다경)가 돈으로 동은의 엄마 미희(박지아)를 꼬드겨 동은의 자퇴서에 사유를 '부적응'으로 고쳐 적게 하고, 미희는 돈을 챙겨 사라지고 동은은 혼자가 됩니다. 동은이 자퇴하고 새로운 타깃이 된 경란(이서영)이는 동은의 친한 친구였으나 이젠 혼자입니다. 경란이 괴롭힘을 당하는 중 동은이 학교 강당에 찾아와 연진에게 선전포고와 같은 말을 하고는 사라집니다.
많은 시간 동안 동은은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복수의 칼날을 갑니다. 원래 건축가를 꿈꿨던 동은이지만, 복수를 위해 교육대학교에 진학합니다. 늘 혼자 다니는 동은(송혜교)을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으니, 학교 선배인 여정(이도현)입니다. 여정은 동은에게 바둑을 가르쳐주며 점점 마음을 키우지만, 동은은 복수에 집중해야 하기에 마음을 줄 수 없습니다. 한편, 나이를 먹고서도 변함없이 남들 괴롭히길 좋아하며 잘 먹고 잘 사는 연진(임지연)과 사라(김히어라), 그리고 재준(박성훈)이는 걱정 없이 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거기에 스튜어디스가 된 혜정(차주영), 재준의 편집샵에서 잔심부름을 하지만 다 자신의 것이라 포장하고 다니는 명오(김건우) 모두 고등학교시절 일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혜정과 명오는 나머지 세명에게 은근 무시를 당하고 살고 있었고, 마음 깊은 곳에 불만이 가득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극 초반 동은은 새벽에 안개 낀 도로를 달려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곳은 연진이 살고 있는 세명시였고, 동은은 연진의 딸 예솔(오지율)이 다니는 세명초등학교에 예솔이 담임으로 오게 되었고, 이로서 동은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세명초등학교에 오기 위해 동은은 이사장을 포섭하는데, 이때 도움을 준 것이 이사장의 가정부로 일하고 있던 현남(염혜란)입니다. 여러 증거들을 모아주는 동은의 조력자가 됩니다. 동은이 바둑을 배운 이유도 연진의 남편 도영(정성일)의 눈에 띄기 위함이었고, 모든 판을 다 짜놓은 동은의 덫에 연진과 패거리는 제대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남은 건 찬란한 복수밖에 남지 않은 동은입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긴장과 몰입
극 초반에 아역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부터도 '아 이 드라마는 진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정말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같았습니다. 그리고 동은이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 아프고 슬펐습니다. 성인 동은을 연기한 송혜교 님도 아역 정지소 님의 연기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하실 정도였습니다. 현재와 어느 과거시점들을 오가며 개연성에 힘을 보태는 흐름도 시청자의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재미를 탄탄하게 더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은에게 조력자들이 한 명씩 늘어나며 어떤 사람이 동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지도 기대할만한 부분이었고, 제 손을 꼭 모으고 동은의 성공적인 복수를 염원하게 되는 걸 보며 상당히 몰입감이 높은 드라마라는 걸 계속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상징적인 소재들이 등장할 때마다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는 재미와 이 단서들이 모여 어떤 결말을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시각적인 색감이나 효과들도 마음에 들었는데 바둑광장이 점등되는 장면은 마치 복수의 무대에 불을 켜서 본격적인 전개가 휘몰아침을 예고하는 느낌이었고, 포스터에 등장한 나팔꽃이 극 중에도 등장하여 각 인물들의 입장과 위치를 하나의 꽃으로 표현한 것도 참신한 방법이었습니다. 시즌 1과 2의 메인포스터에 쓰인 색감과 질감이 저에게는 마치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시리우스 블랙의 집 벽지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커다란 나무에 가족의 얼굴과 이름이 하나씩 있는 족보를 표현한 그림이 나오는데, 더 글로리 포스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풍겨 마치 동은의 복수가 끝나면 나무에 있는 모든 얼굴이 지워져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오한 그것을 넘어선 이해와 공감이 가득한 훌륭한 대사들, 배우들의 명연기, 다채로운 소품들로 꽉 채워진 이 드라마는 단순한 작품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명작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파트 2 공개 전 꼭 시청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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